제목  왜 그랬느냐?
이름  새벽열기 [ E-ma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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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왜 그랬느냐?

미국 대통령이라 해서 안 죽겠는가? 워싱턴도 죽었고 링컨도 죽었고 케네디도 죽었다. 그래서 부시도 죽었다.
죽은 부시(아들 부시)가 하느님 앞에 섰다. 어쩔 수 없다.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일.
하느님이 부시에게 묻는다.
"자네는 막강한 화력(火力)을 아프가니스탄에 쏟아 부었는데 왜 그랬는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적은 없습니다. 그곳에 숨어있는 테러리스트를 공격했지요. 아프가니스탄에는 양식과 의약품을 주었습니다.
"자네 지금 나하고 말장난을 하자는 건가?"
부시가 찔끔-한다. 여기는 지상(地上)이 아니라 천상(天上)이다. 땅의 문법이 아니라 하늘의 문법으로 말해야 한다. 눈 감고 아옹이나 자기-기만은 통하지 않는다.
"왜 그랬느냐?"
"라덴이 우리를 공격했..."
여기까지 말하다가 부시는 입을 다문다. 라덴이 미국을 공격하기 전에 미국이 라덴을 공격한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같은 질문을 되풀이 하신다.
"왜 그랬느냐?"
"그...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 보아라. 어째서 그럴 수밖에 없었느냐?"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에게 덤벼든다고 했다. 부시가 그래도 지상에서는 세계 최고 최강 최대 최상을 뽐내던 국가의 대통령이었다. 전 세계를 향해 우리편이 되든지 테러집단이 되든지 양자택일을 하라고 윽박지르던 뱃장의 소유자다. 두 눈 똑바로 뜨고 하느님을 쳐다보면서 말하기를,
"그럼, 내가 그 상황에서 달리 어떻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대통령 노릇을 그만둔다면 모르지만...."
"말 잘했다. 너는 미국 대통령 노릇을 그만둘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를 않았어. 왜 그랬느냐?"
"내가 미국 대통령 되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그만둡니까? 그것도 말이라고 하십니까?"
"너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네가 그렇게 하고자 했으면 아무도 못하게 막을 수는 없었어. 그렇게 했더라면,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평화를 꿈꾸는 인류의 희망이 될 수 있었지. 너는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 알고 있느냐?"
"무슨 말입니까?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었단 말씀인가요?"
"네가 놓친 기회가 어떤 것이었는지 보겠느냐?"
"보여 주십시오."
"보아라."
이어서 다음과 같은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펼쳐진다.


---- 뉴욕 참사가 발생한 뒤, 부시는 전쟁 차원의 보복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것을 언론에 발표하기로 한 날 새벽, 비몽사몽으로 한 사람을 침실에서 만난다. 그가 말한다.
"나는 천사 미카엘이다. 라덴에 대한 군사적 보복을 단념하라. 하느님 전갈이다."
"그건 안 될 말이요.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보복을 바라는 국민의 정서를 무시할 수 없소."
"그대는 크리스챤 아닌가?"
"그렇소."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알고 있을 터인데? 그가 뭐라고 가르쳤는가? 악을 행하는 자에게 앙갚음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그건 그렇소만...."
"자네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네. 국민의 정서에 따라 보복을 할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의 명(命)을 좇아 보복을 포기할 것인가? 자신의 뜻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의 뜻을 따를 것인가? 그래서 대통령 자리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 자리를 잃을 것인가?"
그날 종일토록, 부시는 아무와도 만나지 않고 침실에 앉아 있다. 세계 언론이 숨을 죽이고 그가 방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린다.
이튿날 새벽, 침실에서 나오는 부시의 얼굴이 핏방울 같은 땀방울로 젖어 있다. 그가 입을 열어 말한다.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번 참사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즉각적인 응징을 바라는 국민의 감정도 잘 알고 있으며 나 또한 동감입니다. 그러나 군사적 보복을 함으로써 우리 국민이입은 상처에 더 큰 상처를 덧입히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미국은 테러집단과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나라에 어떠한 군사적 보복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대신 인류를 증오와 전쟁의 수렁에서 건지고자 자기 생명을 바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경제 원조와 평화 정책으로 테러 집단에 사랑의 앙갚음을 할 것입니다."
온 세계가 경악하여 한 동안 할 말을 잃더니 이내 벌집을 쑤신 듯 술렁거린다.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성난 군중의 사나운 욕설에 묻혀 버린다. 이어지는 엄청난 혼란!
그 소용돌이 속에서, 박격포 한 발이 터지고, 연기 속에 걸레처럼 찢기운 부시의 시체가 떠오른다. 깊은 침묵의 수렁에 세계가 잠기고 살아있는 사람마다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다.
이윽고 사흘 째 되는 날 먼동이 틀 때, 아프가니스탄과 아라비아 사막과 요르단 골짜기에 하얀 플래카아드가 내걸린다.
<부시는 죽지 않았다. 우리들 속에 살아있다!>

하느님이 부시에게 말한다.
"자네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지 않았어. 왜 그랬지?"
부시는 말이 없다.
할 말이 없어선지, 하고 싶지 않아선지.....


위의 글은 <민들레교회 주보>에 실린 이현주 목사님의 글입니다.
2001-11-20 17:2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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