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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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행정수도 보도 4대 모순…부끄럽지 않은가



신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지상(紙上) 논란이 뜨겁다. 나라의 중대현안인 만큼 언론이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보는 일은 언론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공공적 영역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문제는 일관성과 균형성 여부다. 백지상태가 아니라 처음부터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고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관성과 균형성을 상실한 특정매체, 바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다.

균형성 포기…비판 일변도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실이 자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두 신문의 최근 신행정수도 관련 보도내용은 가치중립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비판일변도로만 흐르고 있다는 것은 통계가 웅변하고 있다.

이 문제가 다시 쟁점화 되기 시작한 6월 1일부터 7월 8일 현재까지 조선일보의 관련보도는 모두 113건이었다.(정부 단순발표 보도건수는 제외). 스트레이트·해설 86건에, 사설 14건, 칼럼이 13건이다.   

먼저 스트레이트·해설에서 가치중립적 내용은 18건(20.9%)에 불과했다. 반면 부정적 내용은 무려 47건(54.7%)에 달했다. 아예 행정수도 이전 반대 주장만 소개하거나 이를 제목으로 부각시킨 경우도 21건(24.4%)에 이르렀다. 1면 톱 역시 9건 중 7건이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스트레이트·해설뿐 아니라 사설 14건 모두와 칼럼 13건 중 9건이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부정적·비판적 내용(80.5%)이 가치중립적 내용(19.5% )보다 네 배가 많다.

동아일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이 신문의 관련보도는 모두 130건이었다.(정부 단순발표 보도건수는 제외) 스트레이트·해설 112건에, 사설 13건, 칼럼이 5건이다.   

먼저 스트레이트·해설에서 가치중립적 내용은 26건(23.2%)에 불과했다. 반면 부정적 내용은 무려 68건(60.7%)에 달했다. 행정수도 이전 반대 주장만 소개하거나 이를 제목으로 부각시킨 경우도 18건(16.1%)에 이르렀다. 1면 톱 9건 모두도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스트레이트·해설뿐 아니라 사설 13건과 칼럼 5건 모두도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조선일보와 똑같이 부정적·비판적 내용(80%)이 가치중립적 내용(20% )보다 네 배나 많다.

이런 수치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결코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지 않은 A일보(가치중립적 내용 36.5% 對 부정적·비판적 내용 63.5%)와 비교해 봤을 때에도, 두 신문이 결코 일관성과 균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두 신문의 이 같은 논조는 동의하기 어렵다. 최소한의 균형을 견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신문이든 편집방향이나 나름대로의 제작기조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균형성 상실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조차 신문사 고유의 편집영역에 해당한다고 우기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일관성 문제, 언론으로서의 책임 있는 공론화 노력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실은 두 신문의 최근 논조를 나름의 소신으로 전제하고, 과거 보도태도를 따져 봤다. 행정수도 이전이 균형성을 무시해야 할 만큼의 특별한 중대사태이며, 균형성을 포기할 정도의 위중한 사안일 만큼 과거에도 두 신문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흥미 있는 결론이 나왔다. 놀랍게도 두 신문은 이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지난 1977년 이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적극 지지' '반대' '암묵적 동의' '적극 반대' 입장을 수시로 바꿔가며 줄타기를 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두 신문의 최근 행정수도 이전 극렬반대 입장이, 얼마나 허상으로 가득찬 저주의 굿판인지, 과거 보도의 4대 모순을 하나씩 짚어보면서 표변의 부끄러운 발자취를 일깨우고자 한다.

 

첫째 모순 : 박정희가 하면 영도자의 심모원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7년 서울시 연두보고에서 행정수도 구상을 밝히자 두 신문은 낯부끄러울 정도의 적극 지지입장을 앞다퉈 밝혔다.

두 신문의 주요 제목, 사설 내용을 인용한다.

"천도, 충격의 청사진…過密서울 분산 위한 대수술"

"서울의 중심적 위치 불변…뉴욕과 같은 격"

"계획적으로 건설된 정치중심지"

"박대통령 2년前 진해구상서 싹튼 새 수도"

"최고 통치권자의 결심 여하에 달린 문제"

"박대통령의 일대영단"

"시민들은 우선 대통령의 영단에 놀라움을 나타내면서 서울의 엄청난 교통난 등 서울의 난제들이 해결될 것을 기대"

"임시행정수도 건설, 지나친 억측이나 기우는 말아야. 새로운 행정수도 건설이 과연 수도를 옮기는 천도의 문제인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국력의 팽창과 발전의 상징. 영도자로서 심모원려에 의한 구상이기 때문에 국리민복에 부합된 것. 국민들도 당치 않은 억측이나 우려는 버려야 할 것"

당시 보도 어디에도, '영도자의 영단' 앞에서 감히 임시행정수도 건설의 당위성이나 이전비용, 시기나 규모, 수도권 공동화, 안보상의 문제, 국민적 합의 여부 등을 따져보는 내용은 없었다. 스트레이트에서부터 해설, 사설, 전문가 기고, 특집기획 등에선 지지여론 조성에 필요한 찬사가 주조였다.

군사정권 아래 엄혹한 상황  임시행정수도라는 특성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 제기되고 있는 여러 쟁점은 그 당시 상황에 그대로 대입해도 거의 똑같이 점검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앞에 열거한 보도와 최근 보도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둘째 모순 : 수도권 과밀문제 지속적 제기가 돌연 중단된 배경은?

두 신문은 그 이후에도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수도권 과밀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경우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 필요성을 강도 높게 역설하기도 했다. 특히 93년 수도권정비법 제정 당시와 2001년 판교 신도시 건설 문제가 본격 검토되면서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집중 부각했다.

1990년부터 2002년 9월 이전까지 국토 균형발전, 수도권 과밀문제를 지적한 보도는 조선일보의 경우 사설 8건, 내부필진 칼럼(외부 필진 기고 제외) 13건, 스트레이트 혹은 기획물이 15건이었다.

동아일보의 경우에도 사설 17건, 내부필진 칼럼(외부 필진 기고 제외) 16건, 스트레이트 혹은 기획물이 41건이었다.

두 신문의 주요 스트레이트, 칼럼, 사설 내용을 살펴보자.

"수도를 옮겨라. 서울은 상업 및 문화기능을 갖는 도시로 남겨두고 행정 및 정치기능을 갖는 새 도시의 건설을 검토함직한 시기. 그래야만 인구분산 및 전국의 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조선-최청림 칼럼)

"서울은 지옥. 인위적 단절로 못 막을 지경. 투자집중과 신도시 개발투자 등이 총투자재원의 왜곡과 편중을 낳고 인구의 수도권 유입을 가속화 하는 것 같은 악순환에 이제 인위적 단절을 꾀하지 않으면 막지 못해"(동아 사설)

"현재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지역에 인구의 46.3%가 몰려 있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는 실정"

"지역간 소득격차 줄여라. 지난 70년부터 각종 조치가 취해졌으나 아무 실효가 없었다. 이제 강력한 새 문민지도자가 나왔다면 다시 과감히 도전해야"

"초과밀의 경인지역"

"폭발하는 수도권"   

"無策의 수도권 과밀"

오랜 기간, 우리 신문에서 참으로 오래 보아온 익숙한 제목, 식상한 내용들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수도권 집중' '서울 과밀' '인구폭발' '국토균형발전'은 해묵은 과제였다.

두 신문 역시 이 문제에 충실히 천착했다. '이대로 안 된다'는 지적은 1년에도 여러 번 단골로 등장한 나라 전체의 숙제요, 국가과제였다.

그런데 분석 결과,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됐다. '수도권 집중' '서울 과밀' '인구폭발' '국토균형발전' 등을 다룬 기사는 지난 대선 이후 두 신문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노무현 후보의 선거공약과 동시에, 자신들이 그렇게도 오랫동안 주창해 왔던 국가과제를 마치 한 정치집단의 당파적 문제로 전락시켜 버린 방증이다. 두 신문은, 그렇게 오랜 세월 주창하고 관심을 기울여 온 사안에 대해 왜 노무현 후보 공약으로 내걸리자마자 즉각 외면할 수밖에 없었는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수도권은 이대로 둬야 하는가? 국토균형발전은 어찌 하자는 것인가? 의문이 꼬리를 물 뿐이다.

 

셋째 모순 : 단골 선거공약으로 등장할 때마다 왜 침묵했는가?

행정수도 건설은 언론의 전유물만은 아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외에 역대 정권이 늘상 거론했던 해묵은 과제였다. 그 뿐인가. 92년 민자당의 김영삼 전 대통령, 97년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도 행정수도 이전이나 제2행정수도 건설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 없이, 대선공약은 집권 이후 정책비전이요 국민과의 약속이다. 후보의 자질검증 못지않게, 정책실행의 전단계로서 언론의 깐깐한 검증을 받게 돼 있다.

이 때 두 신문 어디도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대해 반대는커녕 지금 제기하고 있는 잣대로 정책검증을 시도한 사례는 없다. 당위와 필요성에 대해 회의를 품은 보도도 없었다. 암묵적 동조인지 도도한 당위론적 흐름에 대한 순응인지 알 수 없으나, 역사는 이어진다.

2002년 9월, 노무현 선대위가 다시 행정수도 이전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때부터 비로소 두 신문이 반대에 나섰을 것이란 선입견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두 신문을 포함한 대다수 매체는 사실 위주로 드라이하게 보도하는 냉정한 태도를 취했다. 선거 때마다 이어지는 단골메뉴로 판단한 때문일까, 아니면 이 역시 당위에 대한 순응이었을까.

놀랍게도 두 신문이 비난의 칼날을 들이대며 균형성을 상실하기 시작한 것은 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부터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역대 선거 때와 달리 의외의 파괴력을 나타내면서 한나라당이 TV토론을 통해 정치쟁점화 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두 신문의 표변은 시작됐다. 한나라당 구령에 맞춰 '백기 내려, 청기 올려'가 시작됐다. 김영삼·이회창 후보에겐 들이대지 않았던 노무현 후보만의 검증이 뒤늦게 시작됐다.

"당장의 표만 노린 공약 절제해야. 중앙정부와 국회 등이 떠난 후의 서울대책은 무엇인가. 엄청난 이전비용도 간과할 수 없어"

"천만 명이 넘는 서울 인구에서 50만명 정도 빠져나간다고 서울의 인구과밀, 교통난, 환경문제가 해결되고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데 이에 대한 배경이 궁금"

참으로 놀라운 변신이요, 어이없는 표변이 아닐 수 없다. 똑같은 대선공약인데 누가 하면 찬성하거나 침묵하고, 누가 하면 반대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배경이 없다면 77년 이래 그 어느 때에도 까맣게 몰랐던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점들을 '언론修行' 25년 만에야 갑자기 어느 순간 깨닫게 되면서 돈오(頓悟)의 경지에 이르기라도 한 것인가.

 

넷째 모순 : 한나라당이 찬성하면 왜 반대하지 않는가?

헌데, 두 신문의 표변의 역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선과정에서 두 신문의 혹독한 검증과 비판을 받았던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후보 당선과 함께 국민들로부터 일정한 검증과 선택을 받은 추진과제로 탄력을 얻으면서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 절차에까지 이르게 된다. 2003년 12월의 일이다.

대선과정에서 단지 노무현 후보 낙선을 노린 한때의 시비였든, 고뇌 끝에 갑자기 내린 번복이든 간에 두 신문이 결연하게 취했던 입장은 행정수도 이전 반대였다.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며 나라가 결딴날 것처럼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했다면 이제야말로 이전 강행을 코앞에 둔 국회통과 과정에서 두 신문이 취했어야 할 방향은 특별법 저지가 맞을 것이다. 대선공약 검증에서도 냉엄하게 따진 문제인데, 특별법 제정 단계에서야말로 더욱 비장하게 한판을 벌여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나 두 신문의 태도는 의외다. 한나라당 입장이 찬성으로 돌아섰기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시 행정수도 이전 찬성이라는 과거의 입장으로 회귀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두 신문은 침묵했다.

국회 특별법 통과를 전후한 2003년 12월 25일부터 30일까지 두 신문에서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점을 짚어보거나 문제점 등을 진단한 기사는 전무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백년대계를 정략으로 정하나" 제하 비판적 내용의 해설기사 한 건이 전부였다. 동아일보 역시 "45조 국책사업 졸속결정 논란" 제하 해설기사 한 건이 전부다.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것일까, 두 신문의 무거운 침묵은 총선까지 이어진다. 2004년 총선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은 주목을 받았다. 한나라당조차 총선 공약으로 신행정수도 이전을 내세웠다.

"신행정수도의 성공적인 충청권 이전이 차질 없이 실현될 수 있도록 당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이 때에도 두 신문은 어떤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문제점을 따져보거나 시비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한나라당 구령에 맞춰 이번엔 '청기 내려 백기 올려'의 태도를 보여줬을 뿐이다.

한나라당 구령에 맞춘 '청기 백기' 게임인가, 우연의 일치인가  

놀라운 일치가 아닌가. 구여권(혹은 한나라당)이 찬성하면 두 신문도 여지없이 찬성하거나 침묵이다.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사생결단의 반대다. 오로지 노무현 정부가 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모순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가정이 수치스럽게 느껴진다면 시기, 시기마다의 표변과 여반장(如反掌)에 대해 답해야 한다.

이제 다시 두 신문은 한나라당과 보조를 맞춰 '신행정수도 건설 결사반대'의 머리띠를 둘렀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적어도 나라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균형성을 포기할 만큼의 소신을 발휘하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스스로 참회하고 국민 앞에 고해성사해야 한다.

어떤 때엔 왜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해 찬성에 앞장섰는지, 어떤 때엔 왜 아무 지적 없이 침묵했는지, 현재의 입장을 견지하게 된 것은 언제 어느 계기에 어떤 각성 때문에 반대에 나서게 됐는지, 모두 밝혀야 한다.

비겁인지 직무유기인지 무능인지 오기인지 알 수 없는 흐름에 떠밀려, 결과적으론 종잡을 수 없는 오락가락 논조로 국민들에게 혼란을 안긴 전비(前非)를 뉘우쳐야 한다.

그게 하기 싫다면 이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

양정철(국내언론비서관)

2004-07-12 20:07:07 / 218.155.15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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